풍수칼럼

[박성대 교수의 풍수썰전] 대통령실 이전과 풍수가(風水家), 그리고 풍수

최고관리자 0 517 2023.08.10 07:02

[박성대 교수의 풍수썰전] 41. 대통령실 이전과 풍수가(風水家), 그리고 풍수

  • 박성대 대구가톨릭대 지리학과 대학원 겸임교수·풍수 전공
  • 경북일보 2023년 08월 02일 수요일

'풍수'가 미신?…공간·인간의 관계 맺음을 통한 결과

 

지난주 여야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풍수가의 개입 여부를 놓고 상호 공방전을 펼쳤다. 덩달아 ‘풍수(風水)’의 용어 또한 며칠간 각종 신문이나 미디어에서 뜨거운 감자로 회자되었다. 풍수가의 일인으로서 풍수가 세인의 관심을 받는 것이 반갑기도 하다. 그러나 마냥 그렇지만도 않다. 입에 오르내리는 것만큼 ‘풍수는 미신’이라는 오해의 골 또한 더 깊어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한편으론 마음이 무겁다.
물론 그 오해의 주된 이유는 과거, 그리고 현재의 풍수가들 잘못이다. 풍수를 대중에게 올바르게 알리지 않았거나, 풍수를 대중을 위해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았던 잘못이다.


그러나 ‘풍수가’가 비난받는다 해서 ‘풍수’까지 비난받을 필요는 없다. 굳이 비유하자면, 성인(聖人)의 말씀을 올바르게 전달하지 않거나 올바르게 따르지 않는 수행자를 비난할 뿐이지, 성인의 말씀 자체를 비난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대중의 똑같은 비난이라도 그 과녁의 방향이 ‘풍수가’인 것과 ‘풍수’인 것은 엄연히 다르다. 비난의 대상이 풍수가일 때는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과녁의 방향이 풍수 자체일 때는 문제가 복잡해진다. 현대 사회에서 풍수의 존재 자체가 부정되고 있다는 의미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수십 년간의 풍수에 대한 천착이 이만저만한 문제가 아니다. 그저 그런 허송세월을 넘어 우리 사회의 점진적 발전에 역행하는 분야에, 그것도 피땀 흘리며 시간을 보냈단 의미다. 가슴 아프다.
더 늦기 전에 비난의 직접적인 과녁이 풍수를 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풍수가 사회발전에 역행하는 ‘비난거리’가 아닌, 현대 사회 문제 해결에 실익이 있는 ‘관심의 학문’으로 자리매김하면 더 좋겠다.
그런 면에서 풍수가들의 할 일이 많다. 내부적으로는 풍수가 현대의 문제 해결에 어떤 실익이 있는지를 다양하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밝혀내야 한다. 종국에는 여러 타학문 분야와 나란히 설 수 있어야 한다. 외부적으로는 풍수가 단지 혹세무민하는 미신이 아닌, 현대 사회에 실익이 있는 학문의 한 분야임을 대중에게 부단히 알려야 한다.

필자는 풍수가를 대변할 자격이 부족하다. 또 필자의 글이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풍수를 향한 대중의 비난에 대해 조금이나마 그 오해를 벗기고, 현대 사회에 대한 풍수의 실익을 항변하고 싶다.
대중이 알고 있는 풍수는 시·공간 측면에서 ‘과학이 미발달했던 과거의 우리나라(넓게는 동아시아)에서’, 내용 측면에서 ‘조상 묏자리 잘 잡아 발복(發福) 받기 위한 술법 정도’로 요약된다.
여기서 대중이 오해하는 첫 번째는 풍수를 단지 ‘과거의 우리나라’에서만 행해졌던 유물 정도로 보는 것이다. 풍수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간과 인간의 관계맺음을 통한 결과물’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공간이 인간의 건강과 심리, 그리고 다양한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비단 ‘과거의 우리나라’에만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시·공간을 초월한다. 시간적으로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지되며, 공간적으로 전 세계의 모든 국가나 민족에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단지 ‘풍수’는 우리나라의 공간(지형과 기후)과 우리 민족(과거와 현대)의 관계맺음에 붙여진 이름표일 뿐이다.

예로서,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장소의 혼(場所靈, spirit of place)’이나 ‘분위기(Stimmung)’라는 이름표를 달고 공간과 인간의 관계맺음을 설명해 왔다. 풍수와 세부 내용, 이론체계화 정도는 달리하지만, 공간이 각자의 특성이 있고 그것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맥락은 동일하다.
풍수에 대한 대중의 오해 두 번째는 풍수를 ‘조상 묏자리 발복을 위한 술법’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묏자리를 가려잡는 것(陰宅)도 풍수의 일부분임을 부인할 수 없다.
풍수가에게는 조상의 묏자리가 후손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당연하다. 오랜 세월 스승으로부터의 배움과 답사를 통해 익힌 결과물이다. 문제는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히 밝힐 수가 없다. 그래서 풍수 중에서도 ‘묏자리 풍수’가 대중들로부터 비난의 최선두에 서 있다.

‘묏자리 발복의 실재 유무’에 대해서는 지면 관계상 이쯤에서 생략한다. 단 양보해서, ‘묏자리(음택) 발복’이 이해가 안 되면, ‘집터(양택) 문제’는 좀 수긍이 쉽다. 많은 사람들이 집터(건물의 형태·크기·구조 포함)가 인간의 건강이나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는 동의한다.
그렇다면 영역을 조금 확대할 수도 있겠다. 마을이나 도시 규모 내에서, 지역이나 구획에 따라 특정 공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는 개연성에도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
여기서 통섭(integration)의 개념이 등장한다. 풍수와 서양의 공간(을 다루는) 학문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집터와 인간의 관계맺음은 건축이나 부동산과 연결된다. 마을이나 도시와 인간의 관계맺음은 도시계획이나 생태와 연결된다. 이 분야들의 통섭은 이미 제법 많은 연구 성과를 축적해 왔다.

근래 들어 풍수는 서양의 지형지질, 진화심리, 공간심리, 건강지리 등의 다양한 분야와의 통섭까지도 시도 중에 있다. 바로 이런 시도와 노력들이 쌓여, 풍수가 조금씩 객관적인 학문 분야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과정에 있다. 나아가 풍수가 현대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 중 공간과 관련한 문제의 해결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
이미 현대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정치, 기후, 환경, 자원, 테러리즘 등)은 한 분야의 시각으론 해결이 불가능하다. 그 원인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 이때 (미신의 오해를 벗기고 객관적 학문의 자격을 갖춘) 풍수 또한 공간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한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예로서, 기후위기는 이미 경고 단계를 넘어 현대 인류가 현실로 직면해 있는 문제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여름 장맛비가 서서히 사라지고 집중호우를 넘어 이제 극한호우란 개념까지 등장했다. 태풍 또한 그 빈도와 강도에서 점점 강해지는 추세다. 갈수록 풍수해(風水害)가 증가한다는 말이다.
이미 전국 각지에서 풍수해의 큰 생채기 흔적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를 비롯해, 2016년 울산 중구 태화동 홍수, 2019년 부산 사하구 산사태, 2022년 경북 포항 오천 일대 홍수, 2023년 경북 영주 산사태 등이 있다.

풍수의 시선에서, 위 사례 지역의 공통점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홍수 피해지역이 곡류하천의 공격사면에 집중되어 있다. 곡류하천에서 물길이 감아 도는 안쪽이 보호사면(point bar)이며, 유속이 느리고 퇴적작용이 우세해 통상 마을이 형성된다.
물길이 감아 도는 바깥쪽인 공격사면은 유속이 빨라 침식작용이 우세하다. 그래서 바위절벽과 깊은 소(沼)가 형성된다. 안동 하회마을이 그렇다. 낙동강의 보호사면에 마을이 있고, 그 반대편 공격사면에는 부용대 바위절벽이 있다. 결과적으로 풍수는 곡류하천의 공격사면을 주거 부적합지로 규정하고 있다.
두 번째, 산사태 피해 지역은 벌목이나 임도, 태양광 설치로 물길이 변경되거나 지반이 약해진 곳에 집중되어 있다. 또는 도시 지역에서 본래의 계곡 지형을 메꿔 주택 부지로 대규모 개발한 지역에서 발생한다. 특히 계곡은 풍수에서 가장 금기시하는 지형이다. 홍수뿐만 아니라 바람의 피해에도 고스란히 노출되는 지형이다.
해당 부지의 직접적인 산사태가 아니더라도 하천유역 상류 지역에서의 개발은 하류 지역의 홍수로 이어진다. 상류 지역의 개발로 숲이 훼손되면, 집중호우 발생 시 하류 지역에서는 많은 빗물이 한꺼번에 집중되는 문제를 일으킨다.

물론 도시계획 등 각종 개발과정에서 곡류하천의 공격사면이나 계곡 지형을 완전한 미개발지로 남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개발 계획의 수립 단계에서부터 기존 개발 지역에까지 현재의 환경에 대한 고려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아직까지 환경 항목은 그저 개발의 ‘명분세우기’를 위한 들러리에 불과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제 풍수해 방지 차원에서 환경 항목이 경제성과 나란히 따져져야 할 시기가 되었다. 그중 풍수는 환경 항목에서 한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각종 개발을 위한 입지선정 및 개발 과정에서 땅의 특성에 걸맞은 개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기존 개발 지역에서는 풍수해 피해 예상 지역에 대해 보완 대책을 조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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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대 대구가톨릭대 지리학과 대학원 겸임교수·풍수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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